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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유전자가위로 노인성 실명 치료...‘유전자 수술’ 새 패러다임 제시

작성자 세란안과 등록일 2019-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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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가위로 노인성 실명 치료... '유전자 수술' 새 패러다임 제시

조선비즈 김민수 기자

 

입력 2017.02.21 19:00

국내 연구진이 질환을 유발하는 특정 DNA를 정교하게 잘라내고 정상 DNA로 교정하는 유전자가위를 활용해 노인성 실명 원인인 황반변성을 치료하는 데 성공했다. 유전자가위가 암이나 유전성 희귀질환에 주로 적합한 치료법이라는 기존의 인식을 깨고 비유전성 퇴행성 질환에도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입증한 것이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 교정 연구단의 김진수 단장 연구팀과 서울대병원 안과 김정훈 교수 연구팀은 세계 최초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CRISPR Cas9)를 눈에 직접 주입해 혈관내피성장인자 유전자 수술에 성공했다고 21일 밝혔다. 공동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통해 유전자가위를 적용, 특정 인자를 정확하게 교정해 병변을 제거하는 ‘유전자 수술’ 개념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최근 학계와 바이오 업계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유전정보전달물질 RNA가 교정할 DNA 상 염기서열을 찾아가면 Cas9으로 불리는 단백질 효소에 의해 특정 염기서열을 잘라내는 기술이다.

 

유전자가위를 생체에 적용하는 방법은 2가지로 생체 세포를 체외로 꺼내 유전자를 교정하고 다시 주입하는 것과 생체에 유전자가위를 직접 전달하는 방식이다. 체내에 직접 유전자가위를 전달하는 경우 효과적이고 안전하게 전달하는 기술이 매우 중요하다.

 

공동연구팀은 퇴행성 실명 질환인 노인성 황반변성에 걸린 실험동물에 유전자가위를 적용해 치료효과를 증명하고 그 결과를 2개의 과학 학술지에 발표했다. 유전자가위를 단백질과 핵산 복합체 형태로 망막 아래에 주사하는 방법을 ‘지놈 리서치(Genome Research)’에, 크기가 아주 작은 절단효소를 개발해 이를 활용하는 방법을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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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성 황반변성의 원인과 증상. 망막상피세포에서 혈관내피성장인자가 병적으로 늘어나 신생 혈관이 생겨 아래 그림처럼 시야가 까매지는 실명 증상을 유발한다./IBS 제공

 

실명 환자 중 5%를 차지하는 노인성 황반변성은 안구 내 망막색소상피세포에서 혈관내피성장인자가 병적으로 증가해 발생한다. 혈관이 없어야 할 황반에서 신생 혈관이 생겨 실명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노인성 황반변성의 기존 치료법은 눈 안에 혈관내피성장인자를 중화시키는 약제를 주사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약효가 짧아 계속 투약해야 하는 경제적 부담이 컸다.

이번에 연구진이 개발한 유전자 수술법은 혈관내피성장인자 유전자 자체를 제거해 눈 전체에서 신생 혈관이 만들어지는 양을 반영구적으로 줄이는 방법이다. 연구진은 우선 유전자가위를 복합체 형태로 만든 뒤 레이저를 쏘여 신생혈관이 생긴 실험동물의 망막에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주입했다. 그러자 망막색소상피세포에서 혈관내피성장인자가 억제되는 것은 물론 유전자가위가 3일 안에 사라져 면역 반응을 일으키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어 단일 가닥의 DNA로 임상 활용성이 큰 아데노 연관 바이러스를 이용해 유전자가위 실험도 진행했다. 아데노 연관 바이러스(AAV)는 바이러스로 유전자를 조작하거나 치료하는 데 다양하게 활용된다. 기존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에서 쓰이는 효소인 Cas9은 크기가 커 아데노 연관 바이러스에 삽입하기 어렵다. 김진수 IBS 유전체 교정 연구단장이 공동 창업한 바이오 벤처 툴젠이 참여한 공동 연구진은 식중독균으로도 알려진 ‘캄필로박터 제주니(Cj)’라는 균에서 크기가 아주 작은 절단 효소 ‘CjCas9’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이 개발한 CjCas9 기반의 아데노 연관 바이러스로 신생혈관이 생긴 실험동물의 안구 조직에 주입하자 혈관내피성장인자 생성에 관여하는 유전자인 ‘저산소유도인자-1a’가 교정돼 혈관내피성장인자 발현이 억제됐다. 혈관이 생겨 실명을 유발하는 노인성 황반변성을 근본적으로 치료 및 예방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연구를 주도한 박성욱 서울대병원 전문의는 “체외 교정에서 주로 사용하던 유전자가위를 눈에 시도해 치료효과를 입증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간이나 근육 등 다양한 장기에서도 이 방식을 적용할 수 있어 향후 다양한 질환으로 확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훈 서울대병원 교수는 “향후 전임상 시험과 임상시험을 거친 후 신약시판 허가 단계를 밟을 수 있을 것”이라며 “유전자가위를 이용한 질병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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